정성의 시간 · 1 / 7
왜 일동면 사직리였나
수많은 땅 가운데 이 자리를 고른 이유

무언가를 오래 준비하는 일은 대개 '장소'를 정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운담공원도 그랬습니다. 어떤 시설을 지을지보다, 어디에 지을지를 먼저 오래 고민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저희가 왜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사직리라는 자리에 발을 멈추었는지, 그 이야기를 먼저 꺼내 보려 합니다.
가까우면서도 멀어야 했습니다
쉼을 위한 공간에는 묘한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도시에서 충분히 멀어야 하는데, 또 너무 멀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일상에서 벗어난 느낌은 주되, 마음먹으면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어야 합니다.
포천은 그 조건에 잘 맞는 땅입니다. 서울에서 한 시간 안팎이면 닿으면서도, 도심의 소음과는 확실히 거리를 둔 곳입니다. 세종–포천 고속도로와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가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 철도까지 더해지면 접근성은 더 좋아질 예정입니다. 가까워서 자주 올 수 있고, 그러면서도 올 때마다 떠나온 기분이 드는 자리. 저희가 찾던 거리감이 바로 이곳에 있었습니다.
산이 둘러싼 자리
사직리에 처음 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사방을 둘러싼 산이었습니다. 조칠산과 청계산, 금주산과 관음산이 부지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습니다. 산으로 둘러싸인 땅은 바람이 순하고, 계절의 색이 또렷합니다. 봄이면 연둣빛이 산을 타고 내려오고, 가을이면 단풍이 부지까지 물듭니다.
이런 자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이 됩니다. 값비싼 조경으로도 흉내 내기 어려운 것이, 오래 자리 잡은 산과 물이 만들어 낸 풍경입니다. 저희는 이 풍경을 해치지 않고, 그 안에 조용히 물과 그늘과 평상만 두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땅을 보러 다니다 보면, 사진으로 예뻐 보이던 자리가 막상 서 보면 어딘가 허전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사직리는 서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놓이는 자리였습니다. 앞이 탁 트여 답답하지 않으면서도, 뒤로는 산이 받쳐 주어 아늑했습니다. 이런 느낌은 도면이나 사진으로는 전해지지 않습니다. 여러 땅을 직접 밟아 본 끝에야, 저희는 이 자리가 지닌 편안함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물이 있는 땅
무엇보다 이 땅을 고른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 아래에는 물이 있었습니다. 땅속 깊은 곳에서 따뜻한 물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다른 어떤 조건보다 이 땅을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물이 좋은 땅은 흔하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풍경은 발품을 팔면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지만, 땅속의 물은 파 보기 전에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저희가 이 자리에 마음을 정한 데에는, 이 보이지 않는 물에 대한 확신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그 물을 만나기까지의 이야기는 뒤에 이어질 편들에서 차차 풀어 드리겠습니다.
포천이라는 이름값
포천은 예부터 물 좋고 경치 좋은 고장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한탄강과 산정호수, 백운계곡 같은 이름난 자연이 가까이 있고, 주말이면 이 자연을 찾아 많은 사람이 포천을 찾습니다. 이미 사람들이 '쉬러 오는 곳'으로 여기는 고장이라는 뜻입니다.
저희는 이 흐름 곁에 조용히 자리 잡고 싶었습니다. 요란하게 이름을 알리기보다, 포천을 찾은 분들이 우연히 들러 오래 기억하는 곳. 사직리라는 자리는 그런 바람에 꼭 맞았습니다. 번잡한 관광지의 한복판이 아니라, 산자락에 살짝 비켜선 조용한 위치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자연농원이라는 그릇
이 땅에서 저희가 그리는 것을 담기 위해, 사업의 형태는 관광농원으로 잡았습니다. 관광농원은 농어촌정비법에 근거해 시장·군수의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조성하는 시설로, 자연 속에서 휴식과 체험을 함께 담을 수 있는 그릇입니다.
땅을 고르고, 그 땅에 맞는 형태를 정하고, 필요한 절차를 밟아 나가는 일, 화려하지 않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저희는 이 과정을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밟아 왔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자리에 붙인 이름, '운담'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름 하나에도 이 땅에 대한 저희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